지난달..
모처럼 감자 보리밥을 하려고, 냉장고에서 감자를 꺼내니 심하게 싹이 났습니다.
아깝지만 감자 싹에 독성분이 있다고 하여 무심히 버리려고 하다가.. 잠깐! 아니지?
인터넷에서 감자 싹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니 감자를 심을 시기입니다.
* 심장이 약하신 분은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(바이러스처럼 생겼습니다~^.^)
..
싹이 난 부분을 칼로 자른 후..
나무재를 묻혀(동네 어르신 말씀 살균이 된다고) 매실나무 아래에 두 고랑을 심었습니다.
어휴~ 3주가 지나도 싹은 안 보이고.. 뭐 내가 하는 게 그렇지 뭐.. 잘못 심었구먼..
4주가 지난 오늘 오후에 텃밭에 나가보니 웬 싹이 보입니다.
자세히 보니 간격도 고르게 싹이 났습니다.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감자 싹이 맞습니다.
정직하게 싹을 틔워 준 감자가 신기하여 혼자 호들갑을 떨었습니다.
자연에 대하여 무감각한 사람이었습니다. 먹고살기 바쁜 시절에는..
농부들의 땀의 결실인 벼와 배추 외 모든 작물을 봐도 그러려니.. 했습니다.
배꽃
사과꽃
오늘 동네 산책 중에 핀 배꽃과 사과꽃을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고 왔습니다.
사과와 배꽃이 매화꽃보다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.
도시의 삶은 자연에 대하여 일상 중에는 무심할 수밖에 없습니다.
물론 무심하다고 해서 무감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.
내 손으로 냉이와 달래를 캐고 깨끗하게 씻어서..
식탁에 올리는 먹거리로 만들어 보지 않는 이상.. 무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.
자연의 품 안에서 성장을 하신 분들은 자연이 품고 있는 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..
저처럼 정지된 듯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모를 수밖에 없었습니다.
비록 어설픈 촌부가 심은 감자지만, 게으르지만 않다면 튼실한 감자를 안겨 주리라 자연의 힘을 믿습니다.
꽁 보리밥에 감자를 큼지막한 게 썰어서 넣고 밥을 하여..
참기름 고추장 듬뿍 넣고 비벼서 먹는 맛이란~
저 슬슬 촌부 자리를 잡아가는 것 맞지요??
딸들에게 감자 싹을 사진 찍어서 보냈더니..
..
막둥이.."아빠! 감자는 마트 가면 많아요~~ㅎㅎ"
큰딸.."아빠! 예서 감자 볶은 거 좋아하는데요..".. ㅋ
고민입니다.. 겨우 두 고랑 심었는데..
음.. 수확 후 모자라면 동네에서 두 상자 사다가 제가 키운 감자처럼 속여서 보내 주려고 합니다.
뭐.. 이 정도 사기는 초보 촌부에게는 귀여운(?) 사기는 아닐까요~^.^